정부가 석유화학 산업 구조개편을 전면 지원하는 ‘석유화학 특별법 시행령’을 확정하면서 포항 산업계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규제 완화부터 공정거래 특례, 고용·R&D 지원까지 전방위 정책이 담기면서 지역 철강 중심 산업구조에도 변화 압력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4일 국무회의에서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제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시행령은 지난해 12월 30일 공포된 모법의 위임사항을 구체화한 것으로, 사업재편과 고부가가치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담았다.
핵심은 ‘속도’와 ‘유연성’이다.
사업재편 과정에서 신설 법인이 설립등기 이전에도 석유수출입업 등록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화학물질 등록 역시 기존 법인과 동일한 내용으로 간주하는 특례를 부여했다.
산업계에서는 “공장 신·증설이나 사업분할 시 행정 지연 리스크가 크게 줄어든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환경 규제도 한시적으로 완화된다.
사업재편 과정에서 운영 여부가 불확실한 배출시설에 대해 방지시설 설치 의무를 유예하고, 법인 분할 시 기존 허가배출 기준을 일정 조건 하에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지역 환경단체의 반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산업계는 “구조조정 과정의 비용 부담을 낮추는 현실적 조치”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공정거래 규제 역시 일부 풀린다.
사업재편 승인 기업은 공동행위 및 정보교환이 일정 범위 내에서 허용되며, 기업결합 심사 기준과 절차도 별도로 마련된다.
이는 사실상 업계 내 ‘합종연횡’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조치다.
이와 함께 정부는 기술료 감면, 고용안정 지원도 병행한다.
사업재편 승인 기업은 국가 R&D 기술료를 감면받을 수 있고, 고용 유지가 필요한 경우 산업부 추천을 통해 고용부의 우선 지원 대상이 된다.
이번 시행령은 공포 즉시 시행될 예정으로, 정부는 중동발 공급망 리스크 대응과 산업 구조개편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나프타 수급 안정과 함께 석유화학 산업의 체질 개선을 병행하겠다”며 “기업들의 사업재편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포항은 철강 중심 도시로 석유화학 비중이 크지 않지만, 이번 조치가 간접적으로 산업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철강-화학 연계' 산업 재편 가능성이다.
포스코를 중심으로 한 2차전지 소재, 수소, 친환경 소재 사업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석유화학 업계의 구조조정과 고부가 전환은 소재 경쟁 구도를 바꿀 수 있다.
특히 탄소저감·친환경 소재 분야에서 화학 기업과의 협업 또는 경쟁이 동시에 심화될 전망이다.
둘째, 기업 유치 경쟁 격화다.
인허가·환경 규제 특례가 적용되는 지역으로 기업 이전이나 신설 투자가 집중될 경우, 포항이 속한 경북권도 투자 유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특히 울산·여수 등 기존 석유화학 클러스터와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셋째, 지역 중소 협력업체 영향이다.
공정거래 특례로 대기업 간 공동행위가 가능해지면 공급망 재편이 빨라지면서 일부 중소 협력업체는 거래 구조 변화에 직면할 수 있다.
반면 고부가 제품 전환이 성공할 경우 새로운 납품 기회가 열릴 가능성도 있다.
넷째, 고용 구조 변화다.
정부가 고용안정 지원을 병행하지만, 구조조정 과정에서 인력 재배치가 불가피해 포항 내 관련 업종(정밀화학·소재·플랜트 유지보수 등)에도 간접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행령을 단순한 석유화학 지원책이 아닌 ‘제조업 구조조정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포항 한 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까지 풀어주며 사업재편을 밀어붙이겠다는 메시지”라며 “철강도 결국 같은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시행령은 포항 산업계에 직접적인 충격보다는 ‘구조개편 압박’이라는 형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철강 중심 산업구조에서 친환경·고부가 소재로의 전환이 늦어질 경우, 경쟁력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의 규제 완화 카드가 석유화학을 넘어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될지, 그리고 포항이 그 흐름에 얼마나 빠르게 대응할지가 향후 지역 산업 판도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김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