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영 선언 23주년을 맞은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메시지를 되새기며 글로벌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다지는 가운데서도 변신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7일은 이 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삼성 신경영' 선언을 한지 꼭 23년이 되는 날이다.
삼성그룹은 이날 신경영 23주년을 맞아 이 회장의 신경영 당시 어록 중 "변한다고, 변했다고 말만 하면 믿겠는가.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안된다. 변화한다는 말도 필요 없다. 행동으로 보여주면 된다"를 싱글 로그인 화면에 띄워 그날의 의지를 재확인하고 있다.
이 회장은 1993년 "출근하지 말고 놀아라, 놀아도 좋으니 뒷다리 잡지 마라, 입체적 사고를 하라" 등의 상식을 깨는 주문으로 삼성의 '신경영' 시대를 열었다
이는 이 회장이 지난 1993년 6월부터 8월 초까지 독일 프랑크푸르트, 스위스 로잔, 영국 런던, 일본 도쿄 등에서 주요 임원 및 해외 주재원들과 가진 회의와 특강에서 강조했던 말이다. 총 350시간, A4용지 8500여장에 이르는 이 회장의 신경영 선언의 핵심 대목이다.
당시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기변화에 둔감했던 삼성 임직원들에게 파격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는 유명한 말도 여기서 나왔다.
신경영 선포 이후 삼성은 20년동안 매출 13배, 수출규모 15배, 이익 49배가 늘었고 수 많은 1등 제품을 만드는 등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났다.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그룹이 이건희 회장의 여러 발언 중 '변화와 실질적인 행동'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최근 삼성그룹의 상황을 그대로 대변한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질적 성장에 힘입어 급격하게 성장한 삼성그룹의 질적 성장과 체력 다지기에 주력하고 있다.
계열사들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특정 계열사에 의존해 성장해왔던 과거의 관행을 없애고 선진국들을 발 빠르게 쫓아가는 대신 혁신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과거 이 회장이 우리나라 재계가 전통적인 경영 잣대로 삼던 일본식 경영에 미국식 경영을 접목시켜 삼성식 경영을 만들어 냈듯, 이 부회장은 삼성식 경영에 실리콘밸리의 혁신을 더하고 있다.
계열사 사업재편에도 이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뉴삼성'의 변화로 꼽힌다.
이 부회장은 뉴삼성의 사업재편은 숨가쁘게 이어지고 있다. 제일모직 패션부문이 옛 삼성에버랜드(현 삼성물산)에 매각된 것을 시작으로 그룹 내부 계열사간 교통정리가 계속됐다.
특히 2014년말에는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방산·화학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최대 2조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방산과 화학사업이 그룹내에서 주력사업이 아니라는 판단에서였다.
지난해에는 삼성SDI의 케미칼사업과 삼성정밀화학 등 화학사업을 롯데에 매각하방산에 이어 화학사업에서도 완전히 철수했다.
지난해 9월 마무리된 삼성에버랜드와 삼성물산의 합병은 이같은 변화의 정점이다. 삼성물산은 이제 그룹의 최상단에 위치한 사실상 지주회사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삼성전자 중심의 전자, 삼성생명 중심의 금융 등 3대 축을 완성한 상태다.
그의 뉴삼성 행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광고계열사인 제일기획 매각과 삼성SDS 사업재편 작업도 '선택과 집중' 전략의 하나로 본격화하고 있다.
한편 올해 삼성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별도의 기념행사 없이 신경영 선포일을 지낼 예정이다. 삼성은 매년 6월7일은 기념일로 챙겨왔다. 그러나 이 회장이 쓰러진 2014년 이후부터 대규모 행사 없이 사내방송 등으로 갈음해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신경영을 기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