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변경(이동통신사는 그대로 두고 단말기만 바꾸는 것)은 30만원, 번호이동(이동통신사와 단말기를 모두 바꾸는 것)은 40만원. 불안하지 않게 바로 현금 드립니다."
지난 2일 서울 구로 신도림 테크노마트 휴대전화 집단상가. 곳곳에서 최대 40만원(번호이동 기준)이 넘는 불법보조금이 성행했다. 최근 폐지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준수하는 매장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집단상가내 삼성 갤럭시S, LG G5 등을 취급하는 A 판매점 점원에게 기기변경 가격을 묻자 답변 대신 "얼마까지 알아보고 왔냐"는 말과 함께 전자계산기를 내밀었다. 원하는 가격을 전자계산기에 입력하라는 것.
A 판매점 뿐 아니라 이날 둘러본 집단상가내 대부분 매장이 '가격 유출 방지'와 '단속 회피' 차원에서 전자계산기로 가격을 흥정했다. 판매점 곳곳에 '가격 언급 금지' 메모가 붙어 있었다. '폰파라치 적발시 고소한다'는 경고장도 눈에 띄었다.
뽐뿌 등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가격을 입력하자 이 직원은 계산기에 숫자를 썼다 지웠다를 되풀이하다 '34'를 찍어 보여줬다. 출고가 80만원대의 스마트폰을 34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신 6만원대 요금제를 6개월간 유지하고 부가서비스 2개를 3개월간 사용할 것을 요구했다.
단통법에 따르면 공시 지원금 외 추가지원금을 지급하거나 부가서비스를 강요해서는 안되지만 판매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지원금 상한제는 출시 15개월 이내 휴대전화 지원금을 최대 33만원(유통망 추가지원금 15% 제외)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 직원은 공시지원금에 맞춰 휴대전화를 개통하면 추가 지원금 만큼 현금을 주겠다고 했다. 이른바 페이백(pay back)이다.
페이백 재원은 판매점이 이동통신사 또는 제조사로부터 받은 판매장려금(리베이트)를 토대로 마련된다. 이동통신사나 제조사가 시장점유율 확대 등을 위해 특정 장소와 시기에 일시적으로 높은 리베이트를 지급하면 판매점이 일부를 페이백 재원으로 전용해 가입자에게 주는 방식이다.
번호이동은 불법 보조금 규모가 더 컸다. B 휴대전화 판매점 점원에게 기기변경 가격을 묻자 '특정 통신사 정책이 좋게 나왔다. 번호이동을 하는 것이 이득이다'며 '23(23만원)'이 찍힌 전자계산기를 보여줬다. 40만원 정도를 추가 지원금으로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