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정부에서 도입, 현 정부에서도 강화할 방침인 자유학기제가 소득별 교육 격차를 확대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자유학기제 시행으로 줄어든 기존 교육을 고소득 가구일 수록 사교육으로 대체하는 경향이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방과후 학교 등을 통해 상대적으로 사교육 접근성이 낮은 학생들의 학습기회를 보장해줘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윤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27일 '자유학기제가 사교육 투자에 미친 영향'이라는 KDI정책포럼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자유학기제란 중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 교과수업 지중을 줄이고 진로탐색활동 등 체험활동의 비중을 늘리는 제도다. 중간·기말고사도 보지 않는다.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이는 한편 창의성과 사회성을 키워주고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2013년부터 시범도입돼 2016년부터 전면시행됐다. 현 정부도 자유학년제를 도입하고, 확대할 방침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자유학기제는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다. 약 119시간의 교과수업 시간이 자유학기활동으로 대체되면서, 학부모 입장에서는 사교육의 필요성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사교육 업체들은 내신 관리 부담이 없는 자유학기제 기간을 선행학습 기회로 활용해야한다고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연구위원이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자유학기제 도입 지역의 사교육 참여율과 연간 지출액 변화를 비교한 결과, 전체 통계적으로는 유의미한 경향이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유독 고소득 가구에서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발견됐다.
월 600만원 이상의 고소득 가구는 자유학기제 도입에 따라 사교육 참여율이 15.2%포인트 상승했고, 연간 사교육비 지출액은 179만원 증가한 것으로 계산됐다.
박 연구위원은 "자유학기 중에는 교과수업이 감소하고 시험도 치르지 않는다. 이 경우 교과공부를 더 시키고 싶은 학부모는 사교육으로 이를 대체하려하는데, 고소득 가구일수록 여유가 있으니 유리하다"며 "(비교적 용이해진)선행학습도 고소득 가구의 사교육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소득수준별 일반교과 사교육 참여이유를 조사한 결과, 소득이 높을수록 진학과 선행학습 등 미래투자 목적의 사교육 수요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299만원', '300~399만원', '400~499만원' 등의 구간에서는 선행학습이 가장 큰 이유로 나타났고, '500~599만원', '600~699만원', '700만원 이상' 등의 구간에서는 진학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내신성적 관리 부담이 없는 자유학기 중에는 고소득 가구를 중심으로 진학과 선행학습 목적의 사교육 수요가 크게 증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같은 경향이 심화되면 결과적으로 자유학기제가 교육 양극화를 유도하는 모양새가 된다. 가구 소득 수준에 따라 교육 격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박 연구위원은 "일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학생들이 너무 공부만 하니, '유토리 교육'을 도입했는데 소득 분위별 학업 성취도가 벌어지는 결과가 나타났다"며 "공교육이 약화되면 그 피해는 저소득 가구에 집중되기 쉽다. 공교육이 부실해지면 사교육으로 대체하는데, 저소득 가구는 그것이 어렵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과수업의 양적 감소를 질적 향상으로 보완해 학부모의 불안을 방지해야한다"며 "방과후학교 등을 강화해 사교육 접근성이 낮은 학생들의 학습기회를 보장해줄 필요도 있다"고 전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