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상징이었던 ‘대통령실 용산 시대’가 3년 7개월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이재명 정부가 청와대 복귀를 마무리하면서, 용산 대통령실은 ‘권위주의 청산’이라는 명분과 달리 계엄·탄핵·파면이라는 헌정사 오점만 남긴 채 막을 내리게 됐다.
대구·경북(TK) 지역에서도 “졸속 이전의 끝은 국정 혼란이었다”, “보수 정권이 스스로 정통성을 훼손했다”는 냉정한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용산 이전은 2022년 3월 윤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전격 발표하며 시작됐다.
청와대를 떠나 국방부 청사로 들어간다는 결정은 ‘탈권위·국민 소통’을 내세웠지만, 충분한 숙의 없이 추진됐다는 비판이 초반부터 제기됐다.
TK의 한 원로 정치인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보수 정권이 안보 상징인 국방부와 대통령실을 섞는 순간부터 불길했다”며 “절차와 명분 모두 놓친 결정이었다”고 평가했다.
실제 관저 공사 지연으로 윤 전 대통령이 서초동 자택에서 출퇴근하며 교통 통제 논란이 불거졌고, 이전 비용 역시 ‘517억 원’ 축소 발표 논란으로 이어졌다.
용산 시대의 또 다른 상징이었던 도어스테핑은 대통령과 참모진의 공개 설전 끝에 6개월 만에 중단됐다. TK 언론계 관계자는 “소통을 강조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대통령 리스크만 키웠다”고 지적했다.
특히 2022년 10·29 이태원 참사 이후에는 대통령실 경비 집중으로 인한 치안 공백이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며 용산 이전 책임론이 재점화됐다.
결정타는 2024년 12월 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선포된 불법 비상계엄이었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은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 파면 결정을 거쳐 대통령실로 복귀하지 못한 채 퇴장했다.
최근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대통령실과 국방부의 지리적 밀착이 계엄 판단에 영향을 줬다”고 밝히면서, 용산 이전 책임론은 다시 불붙고 있다.
경북의 한 보수 성향 지방의원은 “TK가 끝까지 윤석열 정부를 지지했지만, 계엄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선이었다”며 “용산은 보수 정치에 깊은 상처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TK 학계에서는 용산 이전을 ‘정책 실패를 넘어 헌정 질서 위기로 확장된 사례’로 규정하고 있다.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한 교수는 “대통령실 이전은 단순한 공간 이동이 아니라 권력 구조의 변화인데, 이를 즉흥적으로 결정한 대가가 너무 컸다”고 진단했다.
용산 대통령실 주요 일지는 ▲2022.3.20 윤석열 당선인, 대통령실 용산 이전 발표 ▲2022.5.10 윤 전 대통령 취임, 용산 첫 출근 ▲2022.11.21 도어스테핑 중단 ▲2024.12.3 비상계엄 선포 ▲2024.12.14 탄핵소추 의결 ▲2025.4.11 한남동 관저 퇴거 ▲2025.12.9 대통령실, 청와대 복귀 이사(예정) 개시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용산 이전은 결국 ‘불통의 상징’이 됐다.”며 “국정 안정에 쓸 에너지를 이전 논란에 다 썼다. 결국, 정권 실패의 출발점이 용산이었다”도 진단했다. 김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