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사법개혁 3법’의 2월 임시국회 처리를 예고하자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대응을 공식화하면서 정국이 ‘강대강’ 대치로 치닫고 있다.
여야의 정면충돌이 장기화할 경우 대미투자특별법 처리까지 연쇄 충돌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북 정치권은 “설 민심의 핵심은 정치공방이 아니라 민생과 경제”라며 여야 모두에 속도 조절과 협치를 촉구하는 분위기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최근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법개혁안은 2월 임시국회에서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처리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법왜곡죄(형법 개정안), 재판소원제(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대법관 증원(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이른바 ‘3법’을 패키지로 올릴지, 분리 상정할지는 의원총회에서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의석이 부족한 야당으로선 필리버스터 외에 선택지가 많지 않다”며 전면 저지 방침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들을 ‘사법 질서 훼손’으로 규정하고 본회의 상정 시 무제한 토론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대구·경북(TK) 지역 민주당 인사들은 대체로 “사법 신뢰 회복이라는 대의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속도전에는 신중론을 폈다.
대구의 한 민주당 관계자는 “설 연휴 동안 만난 시민들 다수는 ‘개혁도 좋지만 경제가 더 급하다’고 했다”며 “위헌 논란을 최소화하는 정교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북 북부권의 한 여권 인사도 “재판소원제 등은 제도 안착을 위한 단계적 시행 방안을 병행 검토해야 한다”며 당내 보완론에 힘을 실었다.
TK 국민의힘 인사들은 강경 대응 기조 속에서도 ‘민심 역풍’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포항 지역 한 중진 인사는 “설 밥상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은 ‘그만 싸우라’였다”며 “필리버스터는 불가피하더라도 민생 법안과 분리해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미의 한 당협 관계자도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사법 이슈로 국회가 장기간 파행되면 중도층 이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국민의힘이 대미투자특별법과의 연계를 시사하면서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포항 철강·이차전지 업계 관계자는 “미국발 관세 리스크 대응은 시급한데 정치 일정에 발목 잡혀선 안 된다”며 “정쟁과 통상 대응은 분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북 동해안권 수출기업 관계자 역시 “사법개혁이든 무엇이든 국익 법안은 초당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본지가 설 연휴 기간 지역 정치권·상공인·자영업자 20여 명을 취재한 결과, 다수는 “개혁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민생이 더 급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안동의 한 자영업자는 “요즘 장사가 너무 안 된다.
정치권이 싸울 시간에 소비 살릴 대책부터 내놔야 한다”고 했고, 경산의 40대 직장인은 “사법개혁이 특정 정치인을 둘러싼 공방으로 비치는 순간 공감대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종합하면 TK 지역 여야 모두 원론적으로는 각 당의 공식 입장을 따르면서도, 설 민심을 의식해 ‘속도 조절’과 ‘민생 병행 처리’를 주문하는 기류가 읽힌다. 지역 정가의 한 원로는 “개혁이든 저지든 명분은 각자 내세울 수 있지만, 설 민심은 분명히 ‘경제 먼저’였다”며 “지방선거를 앞둔 경북에서 어느 쪽이 민생을 더 설득력 있게 챙기느냐가 향후 판세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야의 ‘강대강’ 대치가 경북 민심의 온도와 얼마나 어긋나 있는지, 이번 2월 국회가 시험대에 올랐다. 김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