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법 개정으로 오는 7월부터 원외 정치인도 지역구 사무실을 둘 수 있게 되면서, 대구·경북(TK) 정치권에서 “정치 정상화의 출발점”이라는 기대와 함께 “지구당 부활의 전조”라는 경계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이번 조치는 2004년 지구당 폐지 이후 22년 만에 지역 조직 활동의 물리적 거점을 다시 허용한 것으로, 그동안 ‘연구소’나 ‘포럼’ 형태로 우회 운영되던 사무공간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게 됐다.
TK 지역 원외 정치인들은 대체로 환영 분위기다.
대구의 한 당협위원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그동안은 당원 몇 명 모여 회의만 해도 불법 시비가 걸릴 수 있어 사실상 ‘그림자 정치’를 해왔다”며 “사무실 하나 생기는 것만으로도 지역 민심을 상시적으로 듣고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의 한 지역위원장도 “카페나 공공시설을 전전하던 상황에서 벗어나 주민을 만날 ‘공식 공간’이 생긴 건 큰 변화”라며 “정치 활동의 최소한의 인프라가 이제야 갖춰지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일부에서는 기존 편법 운영에 따른 법적 리스크가 해소된 점을 가장 큰 변화로 꼽는다.
한 원외 인사는 “언제든 선거법 위반으로 엮일 수 있다는 불안이 컸는데, 이제는 공개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번 개정안을 두고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정상화”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로는 세부 규정 부재가 꼽힌다.
사무실 설치는 허용됐지만, 당원 활동 범위나 운영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향후 선거법 논란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사무실은 열어놓고 무엇을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기준이 없다”며 “결국 또다시 ‘눈치 정치’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문제는 재정 구조의 공백이다.
원외 조직은 여전히 후원금 모금이 금지돼 있어 사무실 운영비를 중앙당이나 시·도당 지원에 의존해야 한다.
대구의 한 당직자는 “사무실 임대료와 인건비를 감당할 제도적 장치 없이 공간만 허용하면, 오히려 음성적 자금 유혹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를 계기로 과거 지구당 시스템이 단계적으로 복원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지구당은 과거 지역 조직 기반 정치의 핵심 축이었지만, 불법 정치자금과 공천 헌금 논란 속에 2004년 폐지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사무실 허용 → 조직 활동 확대 → 후원금 허용으로 이어지면 사실상 지구당 부활과 다를 바 없다”며 “제도적 통제 없이 문만 열어주면 과거 ‘돈 정치’로 회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여야 일부 인사들이 공천 관련 금전 의혹에 연루된 상황에서, 관리 장치 없이 조직 활동이 확대될 경우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번 정당법 개정은 ‘정치 정상화의 첫걸음’이 될지, ‘과거 회귀의 신호탄’이 될지 갈림길에 서 있다는 평가다. 김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