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혁신당 대표 되겠다.
김문수 스스로 거취 결정해야”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나선 수도권 4선의 안철수 의원은 28일 경쟁 상대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향해 "단일화 번복으로 당내 극심한 분열과 혼란을 초래하고, 이재명에게 대통령직을 헌납한 김문수 후보는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며 총공세를 펼쳤다.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한계점을 넘는 모습이다.
안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혁신 당 대표가 되겠다. 메스 대신 칼을 들고 직접 우리 국민의힘을 새롭게 태어나게 하겠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특히 안 의원은 '당 혁신 2대 원칙'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단절 △극단(극우) 세력과의 단절을 제시하면서, 이를 구현할 5대 과제를 함께 내걸었다.
5대 과제는 △인적 쇄신과 당헌·당규 개정 △ 원외 당협 강화 △ 인재 강화 △ 실질적인 당내 청년당 창당 등이다.
아울러 당 인적 쇄신에 대해 "당무 감사로 지목된 두 분과 스스로 조사를 자청한 한 분도 윤리위원회 처분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당 당무감사위는 지난 대선에서의 이른바 '후보 교체 시도'와 관련해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양수 전 대통령선거관리위원장에 대한 당원권 정지 3년의 징계를 당 윤리위에 청구 했다.
안 의원은 또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백서편찬위원회를 발족해, ‘계엄·탄핵·대선’ 과정의 행적을 기록하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당헌·당규’를 개정해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예비 경선은 100% 국민 여론조사로, 4인 경선은 현재의 '당원 8 국민 2' 규정을 5대 5로 바꾸겠다고 공약했다.
또 최고위원은 부대표로 바꾸고, 최고위원회의는 당 대표단 회의로 명칭을 변경하겠다는 조직개편도 밝혔다.
안 의원은 회견 후 취재진을 만나 ‘인적 쇄신 방안’에 관한 질문에 대해 "대선 백서는 길어도 3주, 짧으면 2주 만에 완성될 수 있다"며 "외부에서 쓰는 대선 백서를 토대로 적절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했던 친한(친한동훈)계 당권 주자인 조경태 의원이 '혁신 후보 단일화'를 제안한 데 대해선 "혁신 목소리를 내는 여러 사람이 후보로 등록하면 다양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지 않나. 그것이 더 혁신에 도움이 된다"며 "결선투표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후보 단일화가 유권자에 의해 될 수 있다"고 일단 선을 그었다.
끝으로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한 특검 수사대응 방안에 대해선 "170일이라는 (특검 수사) 기간을 연장하지 않게 하는 게 제1의 목표"라며 "누가 봐도 정치 탄압으로 보이는 수사는 제가 당 대표로 뽑히면 일치단결해 반드시 막겠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당 대표 출마에 2번째로 나선 안 의원이 이번에는 당권을 거머쥘 수 있을 확률이 반반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내 기반이 아직도 미약하다는 고질적인 약점도 있지만, ‘6·3’ 대선 패배 이후 바닥을 찍은 당 지지율이 오히려 안 의원이 선전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2022년 20대 대선 직후 국민의당과 국민의힘의 합당으로 합류한 안 의원은, 이후 한 차례 당 대표 선거와 한 차례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지만 모두 고배를 마셨다.
2023년 당 대표 선거에서는 2위를 기록한 바 있다.
2012년 정계 입문 이후 지금까지도 대선급 주자로 평가받는 안 의원이지만, 국민의힘에서의 당내 지지 기반이 거의 없는 점은 최대 약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이번에는 안 의원이 당권을 잡을 가능성이 꽤 커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날 공개된 리얼미터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50.8%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과반을 넘겼다.
반면 국민의힘은 29.0%를 기록, 민주당이 2배 이상인 23.4%p(포인트)를 앞선 결과가 나왔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같이 당 지지율이 바닥에 머물고 있는데도 현재 국민의힘은 자정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혁신위는 출범 약 2주 만에 사실상 성과 없이 좌초했고, 크게는 찬탄(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성)파와 반탄(탄핵 반대)파로 나뉜 내부 갈등은 한계점을 넘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회생하는 길은 이른바 쇄신파가 당권을 잡는 것밖에 없다는 당내 집단 지성의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안 의원의 기회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찬탄파 대표 격인 한동훈 전 대표가 불출마함으로써 개혁을 바라는 당원들의 표심이 안 의원에게 몰릴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고 덧붙였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만약 국민의힘이 지금 아주 잘 나간다면 안 의원이 명함도 못 내밀겠지만, 당원들이 ‘지금 이대로는 아니다’라고 얘기한다면 (현재로서) 방법은 안 의원밖에 없다”며 “(안 의원이 당대표에 당선될 가능성은) 반반으로 본다”고 관측했다. 김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