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말은 거창, 지방은 시험대”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성장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며 지방 주도 성장, 모두의 성장 등 ‘5대 성장 대전환’을 제시한 가운데, 대구·경북(TK) 정치권에서는 기대와 경계가 교차하는 반응이 쏟아졌다.
특히 대통령이 광역 통합을 국가 생존 전략으로 못 박고 ‘수도권 1극 체제 해체’를 강조하자, TK에서는 “말이 아닌 실행이 관건”이라는 평가와 함께 “TK가 또다시 실험대에 오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대전·충남, 광주·전남 광역 통합은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국가 생존 전략”이라며 정치적 유불리에 따른 후퇴는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대한 직접 언급은 없었다.
이에 대해 TK 여권 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방 주도 성장을 말하면서도 TK 통합이 빠진 건 솔직히 아쉽다”며 “정부가 말하는 ‘5극 3특 체제’에서 TK의 위상이 무엇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또 다른 국민의힘 소속 TK 의원은 “대통령이 ‘수도권에서 멀수록 더 두텁게 지원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한 만큼, TK가 정책 수혜의 중심에 설 수도 있다”며 “다만 과거처럼 명분만 남기고 실익이 없었던 전철은 반복돼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더불어민주당 TK 지역 정치권은 대체로 환영 입장을 보였다.
한 민주당 경북 지역위원장은 “수도권 1극 체제를 깨겠다는 대통령의 문제 인식은 정확하다”며 “그동안 TK는 보수 정권에서도 수도권 보조 지역에 머물렀던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광역 통합이 중앙 주도의 행정 개편으로 흐를 가능성”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구 지역 민주당 관계자는 “지방 주도 성장을 말하면서 통합 방식과 재정 배분 구조가 중앙에서 결정된다면 또 다른 불균형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 대통령이 기자회견 말미에 검찰개혁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히고, 9·19 군사합의 복원과 남북 대화 재개 의지를 재확인한 대목은 TK 보수 정치권의 즉각적인 반발을 불렀다.
경북 지역 한 보수 성향 광역의원은 “성장 전략 기자회견에서 검찰개혁과 대북 정책을 다시 꺼낸 것은 결국 이념적 메시지 아니냐”며 “TK 민심과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TK 국민의힘 인사는 “지방 성장을 말하면서 기업·안보 불안을 키우는 메시지를 동시에 던지는 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신년 기자회견을 두고 “TK가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광역 통합, 지방 주도 성장, 스타트업 육성 등은 TK의 구조적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카드인 동시에, 실패할 경우 정치적 후폭풍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역 정치권 한 원로는 “TK는 늘 ‘말은 중앙에서, 부담은 지방이’라는 경험을 해왔다”며 “이번엔 박수만 칠 게 아니라, 조건과 전제를 분명히 걸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제시한 ‘성장 전략 대전환’이 TK에 기회가 될지, 또 다른 실험이 될지,이제 공은 중앙정부의 실행력과 지역 정치권의 대응에 넘어갔다. 김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