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보이콧에 공 청와대로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여야 대치 속에 사실상 불발되면서 공이 청와대로 넘어갔다.
청문보고서 채택 시한을 하루 앞두고도 자료 제출 문제를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정치권의 시선은 이재명 대통령의 다음 선택인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 여부에 집중되고 있다.
21일 국회에 따르면 재정경제기획위원회는 전날 청문회 개최를 시도했지만, 후보자 측의 자료 제출 미비를 둘러싼 여야 공방만 오간 채 후보자 없이 파행으로 끝났다.
이로써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 시한을 넘길 가능성이 커졌고,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대통령이 10일 이내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정치권 공방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이혜훈 후보자는 스스로 사퇴해야 하며, 그렇지 않다면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직격했다.
조 대표는 “대통령에게 결정을 넘길 문제가 아니라 본인이 결단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인사청문회 자체에 대해서는 “국민을 위한 절차인 만큼 당연히 열어야 한다”며 청문회 불발을 아쉬워했다.
야당은 자료 제출 문제를 청문회 불발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했다.
국민의힘 재경위 간사인 박수영 의원은 “요구 자료의 상당수가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제출되지 않았다”며 “이런 무성의한 태도로 어떻게 청문회를 진행하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보고서 채택 시한은 강행 규정이 아니며, 과거에도 기한을 넘겨 청문회를 연 사례는 많다”고 반박했다.
여당 역시 청문회 무산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청와대의 판단 여지를 열어두는 모습이다.
민주당 정태호 의원은 “시한 내 청문회 개최가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며 “대통령이 곧바로 임명할 수도 있고, 10일 이내 재송부를 요청해 청문회를 다시 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에선 ‘소명 기회는 줘야 한다’는 기류가 여전히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청문회 없이 임명을 강행할 경우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재송부 요청을 통해 이 후보자에게 공개 해명 기회를 부여한 뒤 임명 여부를 최종 판단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다만 야권 일각에서는 “재송부 요청은 사실상 시간 벌기”라며 “이미 신뢰를 잃은 후보자를 끝까지 끌고 가는 것은 국정 부담만 키울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 다.
반대로 여권 내부에서는 “청문회조차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사퇴나 철회를 요구하는 것은 정치 공세”라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이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사실상 무산된 데 대해 대구·경북(TK) 정치권에서도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자료 제출 문제로 청문회 자체가 열리지 못한 상황을 두고 “국민 앞 검증을 회피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TK 지역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개인정보를 이유로 핵심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서 청문회를 열자고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청문회를 버티기로 무력화하는 전례를 남겨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상태에서 임명을 강행한다면 향후 모든 인사청문회가 형식적 절차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구 지역 한 중진 의원도 “장관 후보자가 국민 검증을 피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순간 이미 정치적 신뢰는 크게 훼손된 것”이라며 “청와대가 재송부 요청을 하든, 지명을 철회하든 분명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북 지역 정치권에서는 재정 사령탑으로서의 책임 문제도 거론됐다.
한 경북 초선 의원은 “기획예산처 장관은 국가 재정과 직결된 자리인데, 의혹 해소 없이 시간을 끌면 국정 운영 전반에 부담만 키울 뿐”이라며 “청문회를 다시 열어 소명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거취를 정리하는 게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TK 정치권 일각에서는 청문회 재송부 요청 가능성을 두고도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소명 기회는 필요하다”는 신중론과 함께 “이미 민심은 돌아섰다”는 강경론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한 TK 인사는 “청문회 재개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그마저도 명확한 자료 제출이 전제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청와대의 정치적 부담만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TK 정치권의 이 같은 반응은 이혜훈 후보자 인사 문제가 단순한 여야 공방을 넘어, 정권 인사 원칙과 국정 신뢰의 시험대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혜훈 후보자 인사 문제는 ‘청문회 재개 vs 임명 강행 vs 지명 철회’라는 세 갈래 선택지 앞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을 요구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청와대의 재송부 요청 여부에 따라 향후 정국 흐름과 여야 대치 구도 역시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김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