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성 논란·거센 반발 좌초
국민의힘 “당연한 결과”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파격적인 ‘보수 탕평’ 카드로 내세웠던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지명을 전격 철회했다.
보수 정당 3선 의원 출신을 기용해 외연 확장을 꾀했던 이 대통령의 ‘국민 통합’ 구상은 인사청문회에서 불거진 각종 도덕성 논란과 여론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결국 좌초됐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경청하고 인사청문회 이후의 국민적 평가를 유심히 살펴본 끝에 지명 철회를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홍 수석은 이어 “후보자가 보수 정당에서 세 차례 국회의원을 지냈으나, 국민주권 정부의 기획예산처 장관으로서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했다”며 “대통합의 결실을 맺지 못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자의 낙마는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장남의 부정 청약 의혹 ▲자녀 입시 비리 의혹 ▲재산 형성 과정의 불투명성 등 이른바 ‘국민 4대 역린’을 건드린 것이 결정타가 됐다.
특히 대구·경북(TK)을 비롯한 보수 성향 지역에서는 이 후보자의 과거 행적을 두고 ‘배신자 프레임’이 작동하며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다.
지난 9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대구·경북 지역의 ‘부적합’ 의견은 과반을 훌쩍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지명 철회는 당연한 수순이며, 이제는 청문회가 아닌 수사로 답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특히 “이런 부실 인사를 추천한 청와대 검증 라인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이 대통령의 사과와 인사 시스템 쇄신을 촉구했다.
반면 여권 내부에서는 곤혹스러운 기류가 역력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통합을 위한 진정성 있는 발탁이었으나, 검증 과정에서 드러난 도덕적 흠결이 예상보다 컸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여야가 한목소리로 도덕성을 지적한 이례적인 사례”라며 “대통령이 여론을 수용해 뒤늦게나마 철회한 것은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사태로 이재명 정부의 ‘통합 인사’ 기조는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하지만 청와대는 “진영 논리를 넘는 변화를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며 탕평 인사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TK 민심은 보수 인사를 쓴다는 형식보다 그 인물이 얼마나 깨끗하고 유능한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며 “향후 후임 인선에서는 진영 논리보다 ‘실질적 도덕성’이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