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이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며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직격탄을 날리자, 대구·경북(TK) 정치권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지역 정가에서는 홍 시장의 이번 행보를 단순한 인사 비판을 넘어,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 ‘선명성 확보’와 ‘중앙 정치 영향력 확대’를 위한 다목적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홍 시장은 25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혜훈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는 것이 "야당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민심에 순응하는 것"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특히 ‘수가재주 역가복주(水可載舟 亦可覆舟)’라는 사자성어를 인용해, 민심에 역행하는 인사가 정권의 존립을 흔들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앞서 홍 시장은 이 후보자의 부정 청약 의혹 등을 거론하며 "가족의 인격이 풍비박산 났다"는 거친 표현으로 자진 사퇴를 압박한 바 있다.
이 같은 홍 시장의 행보에 대해 TK 지역 정치권은 대체로 "중앙 정부의 인사 검증 시스템 부재를 정확히 짚었다"는 반응이다.
대구 지역 한 재선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준석 대표까지 가세해 인사 검증 실패를 지적하는 상황에서 홍 시장이 보수 진영의 목소리를 대변한 측면이 있다"며 "특히 부동산 문제에 민감한 지역 민심을 고려할 때 홍 시장의 발언은 적절한 시기에 나왔다"고 평가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홍 시장의 이번 발언 뒤에 정교한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고 분석한다.
첫째, ‘차기 대권 행보의 본격화’다.
여야를 가리지 않는 ‘미스터 쓴소리’ 이미지를 강화함으로써, 진영 논리에 갇히지 않은 국가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부각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둘째, 이재명 정부와의 ‘긴장 섞인 협력’ 관계 설정이다.
탕평 인사의 허점을 파고듦으로써 향후 국정 운영 과정에서 자신의 정치적 지분을 확보하고, TK 민심을 등에 업은 채 중앙 정치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확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홍 시장이 '본인의 가족 인격'까지 언급하며 강하게 몰아붙이는 것은 이 후보자가 보수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도덕적 흠결이 크다는 점을 부각해, 자신은 '깨끗한 보수'라는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시키려는 고도의 전략"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이 후보자의 갑질 및 내란 옹호 논란 등에 대해 민주당 내부에서도 당혹스러운 기류가 감지되고 있어, 홍 시장의 철회 요구가 실제 지명 철회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