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또 중앙 눈치 공천…필패”
“말 뿐인 쇄신 공천 용납 안돼”
6·3 지방선거가 불과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공천 기준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당 지도부가 ‘쇄신 공천’을 내세우며 룰 개편 논의에 착수했지만, 지역별 경선 기준과 당심·민심 반영 비율을 둘러싼 혼선이 길어지면서 현장에선 “이번에도 중앙이 정한 룰에 끌려다닐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보수 핵심 지지 기반인 TK(대구·경북) 정치권에서는 공천 기준이 늦어질수록 출마자 난립, 계파 갈등, 본선 경쟁력 약화라는 ‘3중 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28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당헌·당규’ 개정 특별위원회는 지난 19일 출범 이후 지방선거 공천 룰 개편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장동혁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지역별 당심 반영 비율 차등 적용 ▲청년·여성 공천 확대 구상을 당헌·당규에 반영하기 위한 작업이다.
당내에선 ‘당원 50%·일반 국민 50%’를 기본 틀로 하되, 인구 규모·당원 수·정치 지형에 따라 비율을 달리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하지만 구체적인 기준과 지역 구분 방식이 정리되지 않으면서 출마 예정자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앞서 나경원 의원이 단장을 맡은 지방선거기획단은 ‘당심 70%·민심 30%’ 권고안을 제시한 바 있어, 최종 룰이 어느 쪽으로 기울지에 따라 후보군의 유불리가 크게 갈릴 수 있는 상황이다.
TK 지역 정치권의 시선은 냉정하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TK는 당심이 강한 지역이지만, 이번 선거는 단순한 집토끼 선거가 아니다”며 “공천 룰이 늦어지면 정책 경쟁은 사라지고 중앙 눈치 보기만 남는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 중도층 확장 메시지를 내야 하는데, 경선 룰이 불투명하니 누구도 먼저 움직이기 어렵다”며 “이 상태가 길어지면 결국 조직 싸움만 남는다”고 말했다.
TK 일각에서는 당심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질 경우 본선 경쟁력을 스스로 갉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구의 한 당직자는 “TK라고 해서 무조건 당심 공천이 통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민심을 반영하지 않으면 수도권뿐 아니라 광역단체장 선거도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도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공관위)에 현역 의원 참여를 최대한 배제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외부 인사 중심의 공관위를 구성해 공천 개입 논란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민주당은 과거 지방선거 공천헌금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이 특검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투명 공천’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TK 정치권에서는 이 대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북의 한 재선 의원은 “민주당이 공천 구조 개편을 통해 명분을 쌓는 동안, 국민의힘은 아직 룰조차 정하지 못했다”며 “이러다간 공천 과정 자체가 선거 쟁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서울·부산 등 중도층 비중이 높은 지역만이라도 ‘당심 50%·민심 50%’를 조기에 확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지만, TK를 포함한 전국 단위의 통일된 기준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정치권 관계자는 “TK 민심은 결과보다 과정에 민감하다”며 “깨끗하고 예측 가능한 공천 룰을 보여주지 못하면, 보수 심장이라는 말도 더 이상 통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민주당의 공세는 거세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이 ‘쇄신 공천’을 말로만 끝내지 않으려면, 공천 룰 확정이라는 첫 단추부터 제대로 꿰어야 한다는 지적이 TK에서 특히 거세지고 있다. 김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