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행정통합이 결정적 분수령을 넘어섰다.
경북도의회가 행정통합에 찬성 의견을 의결하면서 인구 500만 규모의 ‘대구경북특별시’ 출범이 가시권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다만, 통합의 성패는 이제 ‘형식적 통합’이 아닌 ‘실질적 균형’을 담보할 수 있느냐, 그리고 경북 제1도시 포항의 역할과 위상이 어떻게 정립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경북도의회는 전날 본회의에서 ‘경북도와 대구시 통합에 대한 의견 청취의 건’을 기명 투표로 처리해 찬성 46표, 반대 11표, 기권 2표로 가결했다.
주민투표 대신 의회 의결로 절차를 갈음하기로 한 만큼, 통합 추진 동력은 급격히 강화됐다는 평가다.
경북도는 도의회 의견을 행정안전부에 제출하고, 대구시와 함께 통합 특별법안을 이달 안에 발의해 2월 중 국회 통과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제 최대 관문은 국회 문턱이다. 통합 특별법에는 ▲통합지자체 명칭(대구경북특별시) ▲청사 활용 방안 ▲국가의 균형발전 책무 ▲시·군·구 권한 이양 ▲재정·교육 특례 등이 담긴다.
특히 ‘특별시장 사무실(본청)’ 위치를 어디로 할 것인지가 가장 민감한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앞서 대구·안동·포항 3개 청사를 활용한다는 원칙에는 합의했지만, 상징성과 실질 권한이 집중되는 본청이 어느 도시에 들어서느냐에 따라 통합 이후 권력 구조가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TK 정가에서는 “청사 분산이 선언에 그칠 경우, 통합은 곧 흡수 통합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국내 최대 철강도시인 포항은 통합 논의에서 단순한 한 도시가 아닌 ‘통합의 바로미터’로 꼽힌다.
인구·산업·항만을 갖춘 경북 제1도시이자 동해안 거점인 포항이, 통합 이후 어떤 위상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통합의 성격이 규정될 수 있어서다.
포항지역에서는 ▲통합 특별시 본청 또는 핵심 기능 유치 ▲동해안·북부권 균형발전의 법적 명문화 ▲항만·에너지·철강 중심의 광역 산업 정책 반영이 필수 조건으로 거론된다.
특히 실질적 권한이 집중되는 특별시장 사무실(본청)이 어디에 들어서느냐에 따라, 포항의 위상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포항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청사를 나눠 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또 “포항이 통합의 성장 축이 되느냐, 아니면 관리 대상이 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동해안 산업·물류의 핵심 거점인 포항이 통합 이후에도 주변부로 밀릴 경우, 통합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우려로 보인다.
지역 경제계에서도 “포항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대구경북특별시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포항이 동해안 메가거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통합의 명암은 이제 포항을 향하고 있는 양상이다.
경북 북부권의 반발도 변수다. 안동·영주 등 북부권 시군의회와 시민단체는 “존립 기반을 흔드는 흡수 통합”이라며 반대 성명을 잇따라 내고 있다. 특히 “충분한 공론화 없이 속도전에 매몰됐다”는 비판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도의회 표결 과정에서도 “경북은 ‘지방의 또 지방’으로 더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가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하루아침에 등장한 구상이 아니다.
지난 2019년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행정통합’을 공개 의제로 띄우며 선도적으로 논의를 시작했다.
당시에는 정치적 부담과 주민 반발, 중앙정부의 소극적 태도로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최근 정부가 통합 지자체에 대한 파격적 재정 지원과 공공기관 우선 이전 방침을 밝히면서 다시 불이 붙었다.
TK 정치권에서는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다만 과거와 달리 이번 통합은 속도만큼이나 설계의 정교함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더 높은 난이도의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대구·경북 통합이 ‘슈퍼 지자체’로 도약할지, ‘이름만 바뀐 광역행정’에 그칠지는 이제 선택의 문제다.
특히 포항이 동해안·북부권 균형발전의 실질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느냐, 그리고 그 약속이 통합 특별법에 얼마나 구체적으로 담기느냐가 통합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경북의 한 원로 인사는 “포항을 살리지 못하는 통합은 결국 경북을 살리지 못하는 통합”이라며 “통합의 진정성은 선언이 아니라 권한 배분과 공간 배치에서 드러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상태 기자